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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실종자·가출자 “범죄 혐의점 있어야 찾는다”… 성인 실종수사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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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한미실가치해협회
댓글 0건 조회 446회 작성일 22-02-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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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실종자’는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접수된 성인 실종 신고 건수는 32만2826건이다. 이중 3073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아동 실종의 경우 신고 건수 18만5844건 중 미발견으로 남은 사건은 284건이다.

포항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윤모(28)씨 행방도 9개월째 묘연하다. 지난해 4월 거주지 인근 주유소 CCTV에 잡힌 게 마지막이다. 윤씨 친구들은 경찰 수사 속도가 나지 않자, 직접 주변 차량 블랙박스를 수소문하고 숙박업소와 편의점을 찾아다녔다. 다만 통신 내역이나 계좌 조회는 민간의 권한 밖 일이었다.

경찰도 고충이 있다. 윤씨는 ‘실종아동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실종자’가 아닌 ‘가출인’으로 등록됐다. 18세 미만이거나 지적 장애인, 치매 환자일 때만 실종자로 분류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은 자발적 가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명확한 범죄 연루 정황 없이 강제 수사를 하면 인권침해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마포구 오피스텔 살인 사건’ 피해자 B씨(21) 역시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가출인이었다. 몸무게 34㎏의 알몸으로 발견됐는데, 수사 결과는 고교 동창들에게 감금된 후 가혹 행위를 당하다 숨졌다는 것이었다.

B씨 부친은 실종 신고를 두 차례 하면서 범죄 피해 가능성을 거듭 호소했다고 한다.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가 3대 개통된 점, 사채업자에게 연락이 온 점, 동창생들에게 폭행당한 적 있다는 점을 이유로 댔다. 그런데 경찰이 걸었던 전화에 B씨는 “(폭행했던) 친구들과 같이 있지 않다, 난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고,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낮다고 봤다. 이런 경우 강제로 소재 파악에 나서 신병을 확보하긴 어렵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실종 수사, 다시 형사과로

형사과에서 전담하던 실종 사건 수사는 2015년 여성청소년범죄과가 신설되면서 이관됐다. 그 3년 뒤인 2018년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에 거주하던 20대 여성 C씨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이었던 한정민(사망·당시 32)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C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그가 머물던 제주시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그곳에서 한정민과 맞닥뜨렸지만 “모른다”는 그의 말만 믿고 발길을 돌렸다. C씨는 인근 폐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이 다녀간 지 6시간 뒤 한정민은 제주를 떠나 충남 천안시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범행 시점에 성범죄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이 강력 사건이 될 수 있음에도 초기 탐문과 추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형사과에 협업을 요청할 수 있도록 실종 수사 매뉴얼을 정비했다.

그럼에도 이듬해 ‘고유정(39) 전 남편 살인 사건’이 터졌다. 당시 수사팀은 전 남편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그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진행했다. 신고 사흘 후에야 경찰은 강력범죄를 의심하고 형사과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고유정이 제주를 빠져 나와 전 남편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뒤였다.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닷새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손정민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수사는 또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수사는 종결됐지만, 불거졌던 각종 의혹은 여전했다. 성인 실종에도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불필요한 억측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실종 사건 담당을 다시 형사과로 이전했다.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발도 나왔다. 살인, 폭력 등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과에 실종 업무까지 더해지면 과부하가 걸린다는 토로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신고 내용만으로 강력 범죄 피해를 예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강제 수사 한계 여전

여전히 성인 실종에 대한 강제 수사는 제한이 많다. 위치 추적이나 카드사용 내역을 조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초기 수사가 소극적이고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성인 위치 추적을 하려면 범죄 상황에 대한 목격자가 있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영장을 받아 조회할 수 있지만 절차 진행에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 수사에 강제력이 동원되면 가정폭력 가해자나 채권자가 피해자를 찾아내기 위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4월 ‘실효적 실종 성인 수색·수사를 위한 법제화 방안’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내외 입법례, 현행 업무절차 등을 반영한 입법 모델을 발굴해 법률 제정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실종 전담 수사팀을 꾸리는 등 초동 수사 강화 및 장기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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